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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 일상 이야기

백내장 수술 과정, 수술 비용, 실비 보험

by Ms.수리 2023. 6. 18.

지난 4월 24일, 5월 2일 양일에 백내장 수술과 오른쪽 눈에 난시 수정체 렌즈 삽입술을 받았다. 현재 회복 중이고 아직 받을 치료가 남았지만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백내장 수술 과정과 수술 비용, 실비 보험에 관한 내용을 정리 해 보도록 하겠다. 또 이 포스팅을 꼭 해야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본인처럼 태생적으로 총체적 난국의 시력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고자 기억을 되짚으며 글을 적어 본다.  글이 꽤 길어질 것 같다.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걱정과 고민 중이라면 정독을 추천 드리고 수술비나, 보험 관련 내용이 궁금한 분은 스크롤을 아래까지 쭉 내리면 된다. 

 

아직 부모님도 받지 않은 백내장 수술을 이른 나이에 받은 본인은 태생적으로 정말 뵈는 게 없는 시력이었다. 난시, 원시, 초고도 근시 이 모두가 최악으로 버무려진 눈으로 특히 왼쪽 눈은 명암, 그러니까 밝음과 어두움 정도를 구분할 뿐 아무리 핑핑 돌아가는 돋보기 두께의 안경을 써도 시력검사표의 어떤 글도 읽어 본 적이 없다. 한참 라식이다 라섹이다 선풍적 인기를 끌며 눈 수술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부푼 꿈을 안고 나름 손꼽히는 안과 병원을 찾아갔지만 내가 들은 대답은 "환자분 눈에는 해 줄 것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하드렌즈를 착용해 얻는 교정시력 0.5 정도가 나오던 오른쪽 눈에 모든 걸 의존하고 이제까지 근근이 살아왔는데 작년 겨울 무렵 사물이 뿌옇게 네 개로 보이는 증상이 시작되었다.  렌즈나 안경을 착용하면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쌩 눈으로 눈앞 10cm 거리에 책을 바짝 대고 읽던 나였는데 그마저도 불가했다. 너무 이른 기우일지 모르나 어쩌면 '실명'이란 것이 날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당장 지역의 가장 큰 안과 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는 잽싼 행동으로 이어졌다. 

걱정과 불안으로 2주 정도를 기다려 받은 첫 진료는 내게 좌절과 우울, 깊은 빡침을 주었다. 병원 방문 전 지정 받은 전문의의 이름을 병원 홈피에서 검색했었는데 이력이 나무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직접 진료받는 내내 의사는 내 눈의 모든 심각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그저 모호하고 두리뭉실하게 말했다.  "심각하다, 수술을 하긴 해야 한다, 근데 해도 어렵다, 이런 눈은 변수가 많다, 될지 모르겠다, 내가 수술을 해도 되긴 하는데..." 진료 내내 고개를 갸웃갸웃, 첫 진료 녹음 내용을 지금 다시 들어도 그 의사분은 내 눈을 맡고 싶은 의지가 안 느껴진다. 결국 그 의사분이 제안한 해결책은 망막 쪽에 구멍도 몇 개 있으니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망막 전문의 진료를 먼저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의사에게 토스 되었고 다음 진료는 거의 2달 뒤였다. 첫 진료 후 절망과 우울의 늪은 더 헤어 나오기 힘들어졌고 머릿속은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저 의사분이 수술하겠다고 나서도 문제다' 등의 생각들로 분주했다.

결국 친한 의사 동생에게 조언을 구했고 대학병원이나 서울의 다른 병원을 가 보는 게 낫겠냐는 나의 고민에 동생은 '본인에게 어렵다 느껴져 다른 의사에게 언니를 토스한 거면 그 의사가 잘한 거다, 그 사람이 토스한 망막 전문의에게 다시 진료받고도 확신이 안 선다면 그때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줬다. 많은 경험과 스킬이 중요한 수술이라면 대학병원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해 줬다. 다음 진료까지 2달 가까운 시간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나의 몸과 맘을 온전히 점령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4월 13일, 아... 진짜 징하게 검사 많이 한 날... 하지만 난 내 지난 인생의 눈과 관련한 모든 회한을 대번에 날려 줄 나의 선생님을 이날 만났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만 한 이유를 너무 알겠다. 이분 찾는 환자가 진짜 너무 많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이분은 모든 게 명료하다. 가능과 불가능, 어려움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이해되게 설명해 줬다. 분명 매우 바쁜 게 내 눈에 보이는데도 나의 질문에 그림을 그려가고 적어가며 자세하게 답변해 줬다. 내 수술은 그저 이분에겐 조금 더 까다로운 수술일 뿐 어렵거나 남에게 미루고 싶은 수술 따위가 아니었다. 첫 의사가 씨앗을 뿌리고 키워 준 불안과 염려를 뿌리까지 뽑아 줬다. 물론 모든 수술은 변수가 있고 특히 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데 수술해야 한다면 이분께 받고 싶었고 만약 수술 중 변수나 불가항력적 요소가 생기면 이분이 해결해 주면 감사한 일이고 안되면 할 수 없다 싶은 무한 신뢰가 들었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 요약하자면 나의 양쪽 눈의 백내장 상황은 그 백내장의 예시로 보여주는 사진의 가장 나쁜 상황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 백내장 수술이 우선 시급했고 초고도 근시에 난시가 심각한 눈이라 선생님은 양쪽 눈에 난시 수정체 렌즈 삽입을 함께 진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왼쪽 눈은 -18디옵터, 초고도 근시로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길어져 있는 상태로 정상인의 그것과 비교해 어마어마한 길이였는데 수치까지는 잘 생각 나지 않지만 아무튼 경악할 수치였다. 양쪽 눈에 난시 수정체 렌즈 삽입을 함께 진행하는 걸 추천했지만 위와 같은 왼쪽 눈의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실제 왼쪽 눈에 삽입할 수 있는 렌즈가 있는지 외국 렌즈 제작사에 알아봐야 한다며 일단 수술 일정을 잡고 수정체 렌즈 삽입은 렌즈 상황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왼쪽 눈에 가능한 렌즈는 구할 수 없었고 양쪽 백내장 수술과 오른쪽 한쪽만 난시 수정체 렌즈 삽입을 하는 것으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1. 백내장 수술 비용을 정리하자면


수술 전 검사비 : 190,000원

양쪽 눈 백내장 수술비 : 480,000원

난시 수정체 렌즈 삽입 비용 : 한쪽당 900,000원  (다초점 렌즈로 삽입 시 비용이 몇배로 훨씬 비싸다고 들었다. 본인은 다초점 렌즈는 불가한 눈이라 단 렌즈를 오른쪽만 삽입한 경우라 비용이 저렴했다)

 

2. 백내장 수술의 실비 보험 적용

실비 보험은 위에 항목 가운데 수술 전 검사비와 백내장 수술비는 적용할 수 있으나 이외 추가 렌즈 삽입 비용 등은 실비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다.

백내장 수술로 인한 입원은 입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게 보험사 입장이고 그 근거는 몇 해 전 대법원 판례라며 보험사 직원이 내가 묻지도 않았는 데 먼저 전화해서 입원비 적용이 아니고 당일 진료비 한도 기준으로 지급하는 거라 지급 금액이 적다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췟!

혹시 실비 보험 말고 가입 보유한 다른 보험이 있다면 보험의 특약들을 꼼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은 부모님이 오래전에 가입해 주신 종신 보험의 의료비 보장 특약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큰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3. 백내장 수술 후기

 

백내장 수술은 시력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는 수술이 아니며 백내장이 심해지기 이전의 시력으로 복귀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뿌옇고 번져 보이고 사물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목적이라고 했다. 특히 초고도 근시의 유난스러운 나의 왼쪽 눈은 경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들었다.

양쪽 눈 가운데 더 심각한 왼쪽 눈을 먼저 수술했는데 수술을 마치고 당일 퇴원 직전에 간호사분이 안약을 넣기 위해 나의 왼쪽 눈의 붕대를 떼어내던 순간은 이제 내 평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붕대가 떼어지는 순간 나의 왼쪽 눈으로 강렬하고 밝은 빛들이 눈이 시리도록 쏟아져 들어와 눈을 그대로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순간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고 밝았다. 나의 왼쪽 눈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사물을 보게 된 순간이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아 뭐야 시력이 막 1.5 된 거야? 하실 수 있지만 나중에 양쪽 눈 수술을 마치고 행한 첫 시력 검사에서 나의 왼쪽 눈 시력은 0.3이었다. 이것으로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그동안 평생 오직 오른쪽 눈에 의지해 세상을 보았는데 그 오른쪽 눈의 시력이 0.1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왼쪽 눈의 0.3이란 시력은 기적이며 광명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수술 예후를 예측할 수 없는 지독히 고약스러운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진료로 다시 만난 의사 선생님은 정말 너무 담담하게 "왼쪽 눈 시력이 잘 나왔네요. 환자분 같은 케이스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데 잘 나왔어요"라고 이야기 해 줬다. 나는 솔직히 선생님 손 붙잡고 "선생님 선생님 저 세상이 보여요 ~ 고맙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보통의 시력을 가졌던 분들이 노안과 동반되어 백내장 증상이 와서 수술한다면 나의 왼쪽 눈 눈과 같은 드라마틱한 시력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나의 오른쪽 눈이 백내장 수술을 통해 번짐과 겹침 뽀얀 것들이 개선되어 백내장 이전 수준의 시력을 찾았으니 이것이 대부분의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의 결과 같은 경우일 것이다.

나의 눈 치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제 망막에 난 구멍들에 레이저 치료를 위한 예약이 잡혀 있다. 지금이 6월 중순... 반년 넘게 눈 치료에 붙잡혀 있어 다소 지치기도 한다. 진짜 다음 예약을 잡을 때 보면 선생님 예약은 빈 곳이 없다. 그래도 난 잘 기다리고 이분에게 잘 치료 받고 싶다. 덕분에 안경이나 렌즈 없이 현재 컴퓨터에서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내가 여전히 낯설다. 

분명 나의 선생님보다 의술 좋은 분들도 많을 거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에 이렇게 깊은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환자에게 그런 신뢰를 줄 수 있는 그 근본은 의사 스스로가 자신에게 갖는 자신감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이 내용을 적고자 이 긴 글을 적었다. 혹시 지금 현재도 내 눈은 원래 나쁘니까 하며 불편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한번은 병원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의술은 정녕, 놀랍도록 발달했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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